랑종 The Medium, 2021 :: 줄거리, 해석, 리뷰 (추천)

 

랑종 The Medium

2021.07.14 개봉 / 대한민국, 태국 / 공포, 스릴러, 드라마 / 131분 / 청소년 관람불가

평점 : 관람객 6.60 / 기자, 평론가 6.64 / 네티즌 5.20

감독 : 반종 피산다나쿤 (각본(원작), 제작 : 나홍진)

출연 : 나릴야 군몽콘캣(밍), 싸와니 우툼마(님), 씨라니 얀키띠칸(노이), 야시카 차이쏜(마닛)

 

 

 

1. 줄거리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의 주민들은 오랜기간 귀신을 믿어 왔다. 그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뿐만 아니라 초자연적인 모든 것들을 귀신이라 부르며 집과 숲, 산, 나무, 논밭 등 모든 것에 귀신이 있다고 믿는다. 다큐멘터리 촬영팀은 태국 전 지역을 순회하며 무당들의 삶을 취재하고자 했고, 여러 명의 무당들을 접촉한 끝에 님이라는 무당을 만나 인터뷰하게 된다.

 

님은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인 <바얀>을 모시는 랑종(무당)이다. 바얀 신은 마을을 보호하는 좋은 신으로, 언제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를 섬긴지 아주 오래 되었고 님의 집안은 대대로 바얀 신을 모셔왔다고 한다. 바얀 신은 여자에게만 내려오고, 님의 할머니는 바얀 신이 내린 랑종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이모가 무당이 되었고, 시간이 흐른 뒤 님의 언니인 노이에게 신이 내려왔으나 노이가 이를 거부하여 님에게 내려왔다고 한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병을 고치거나 소원을 빌기 위해 님을 찾아온다. 님은 과거 자살시도를 할 정도로 바얀 신을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 했었지만 현재 랑종으로서의 본분을 다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님의 형부이자 노이의 남편인 위롯이 사망하고, 님은 아싼티야 성을 가진 집안 남자들이 모두 비통하게 죽는다고 한다.

 

"형부의 할아버지는 밑에서 일하던 인부들에게 돌에 맞아 죽고, 형부의 아버지는 운영하던 공장이 망했는데 보험금을 받겠다고 불을 질렀다가 그게 걸리는 바람에 결국 약 먹고 자살했어요. 큰아들 맥은 몇 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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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무리 지어 술을 마시던 중, 님의 조카 밍이 갑자기 한 남자가 자신을 욕했다며 분노하고 시비가 붙게 된다. 사람들은 단순히 밍이 주정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님은 이상한 무언가를 느낀 듯하다. 소란을 잠재우고 잠을 자려던 님은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는 밍을 보게 된다. 거기엔 한 노파가 서있었고, 님은 밍을 반복해서 불렀지만 밍은 대답하지 않고 잠시 후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노파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님은 조카의 상태가 이상함을 느끼고 밍의 방을 뒤진다가 옷장 안에서 강황을 발견한다. 강황은 나쁜 귀신을 막아준다고 믿는 식물로, 님은 밍이 강황의 힘을 빌려서라도 막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고 추측한다.

 

"밍, 혹시 악몽을 꾸거나 이상한 게 들리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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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밍은 친구 리사와 놀다가 술에 취해 회사에 돌아와 잠이 든다. 아침이 되자 잠든 밍을 직원이 깨우는데, 밍이 갑자기 어마어마한 양의 하혈을 하기 시작한다. 기침과 구토를 반복하고 밍의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진다. 노이는 밍의 일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오빠 마닛을 찾고, 마닛은 님에게 내림굿을 받으라고 한다. 하지만 노이는 자신의 딸을 랑종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며 초췌해지는 밍의 모습에 노이는 밍을 데리고 병원에 가지만 의사도 원인을 찾지 못한다. 밍은 매일 밤 같은 꿈을 꾼다고 한다.

 

"덩치가 아주 큰 남자가 괴상한 부적들이 잔뜩 그려진 빨간색 전통 바지랑 똑같은 색 조끼를 걸치고 있어요.

 꿈속에서 커다란 긴 칼을 들고는 두 발을 막 구르면서 기다란 혀로 칼날을 핥고 있어요.

 그리고 피가 가득 고인 바닥 위에 머리가 잘린 사람이 있어요.

 그 머리가 뭔가 말을 하는 거 같은데 아무리 들어보려고 해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아무 소리도 못 듣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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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사무실의 물건들이 자꾸 사라져 관계자가 CCTV를 돌려보게 되었고, 거기엔 밍이 남자들과 사무실에서 성관계를 하고 있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이 일로 밍은 해고 당하게 되고, 밍은 괴로워한다. 힘들어하던 밍은 결국 자살시도를 하고, 노이는 그제서야 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님, 이제 그만 할게. 밍이 신내림을 받게 해줄거야. 네가 내림굿을 해 줘. 내 딸 죽어가는 거 더는 못 보겠어....."

 

하지만 님은 밍이 내림굿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지금 저 속에 있는 건 바얀 신이 아니야."

 

과연 밍의 안엔 무엇이 들어간 것일까?

 

 

 

2. 스포일러 포함

님은 밍이 아프게 된 원인을 찾던 중 죽은 맥과 밍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다. 맥과 밍은 친남매임에도 불구하고 부정한 관계를 가졌었고,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다던 맥은 사실 자살했던 것이었다. 님은 맥의 영혼이 밍을 데려가기 위해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하고 맥이 자살한 장소를 찾아가 기도하기로 결심한다.

 

 

한편 노이는 님이 내림굿을 거부하자 다른 랑종을 찾아 내림굿을 시도한다. 이를 알고 급히 찾아온 님이 멈추게 하지만 이미 밍에게는 바얀 신이 아닌 다른 것이 들어간 이후였다. 밍은 갑자기 돌변하여 촬영진을 공격하고 수풀 속으로 사라진다. 님은 노이에게 밍을 찾기 위해 바얀 신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하고, 이에 노이는 과거 바얀 신을 거부했던 죄를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다.

 

님은 맥에게 밍을 해치지 말라고 기도하며 계란을 하나씩 깨기 시작한다. 밍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만한 것이 나올 때까지 님은 기도를 계속한다. 기도한지 한 달이 지났을 때 님이 깬 계란에서 부정한 검정 액체가 나오고, 님은 귀신들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언가 깨달은 듯 발걸음을 옮긴 님은 아싼티야 가문에서 운영했던 폐공장에서 밍을 찾는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밍은 더 이상 예전의 밍이 아니었다. 밍의 안에 들어간 것에게 님이 정체를 묻자, 그것은 조롱하듯이 대답한다.

 

"난 바얀이다."

"네가 맞혀 봐. 내가 누구인지 맞혀 보라고..."

 

날뛰는 밍을 잡고 기도를 올리는 님을 비웃으며 밍은 과거 노이의 비밀을 밝힌다.

 

"너 모르지. 네가 왜 무당이 됐는지... 네가 제일 사랑하는 언니 때문이야.

 네 언니가 자기 속옷을 너한테 입히고, 싸구려 부적을 네 신발 속에 몰래 넣었어.

 그동안 네 언니가 했던 모든 짓은 자기 대신 네가 무당이 되라고 했던 짓이야...!"

 

-

 

과거 노이는 바얀 신이 내리려 했을 때 신병을 앓았다. 심한 두통과 매일 하혈을 하며 괴로워했고, 노이는 무당이 되고 싶지 않아 성당에 다녔다. 노이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성당에 다니며 기도를 드리자 바얀 신이 님에게 내렸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사실 밍이 말했던 짓들을 하여 동생 님이 자기 대신 무당이 되도록 한 것이었다.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밝혀지고 노이가 눈물을 흘리며 님에게 용서를 구한다. 님은 언니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법 하지만 감정을 다스리고 자신의 조카를 반드시 구해내겠다며 의지를 다진다.

 

밍을 구하고자 님은 기도를 드리기 위해 산에 올라가지만, 거기엔 목이 잘린 바얀이 있었다. 님은 잘린 바얀의 머리를 안고 울부짖는다.

 

 

님은 싼티라는 퇴마사를 찾아간다. 싼티는 밍의 안에 원한을 품은 귀신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당신 남편의 조상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어? 위롯의 조상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학살했는지.

 마지막에 죽어가던 누군가가 이 집안에 저주를 퍼붓고 후손들에게 그 저주가 이어진 거야.."

 

-

 

님과 싼티는 밍을 구하기 위한 퇴마를 준비한다. 밍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집에 CCTV를 달아놓았는데, 밍이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어 간다. 퇴마 의식 1일 전, 님이 연락이 되지 않자 노이는 님의 집을 찾아 강제로 문을 연다. 제단의 음식들은 모두 엎어진 채로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고 님은 침대 위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님은 사망했지만 퇴마 의식은 원래 일정대로 치러지게 되었다. 싼티는 밍의 몸속으로 악령들을 불러들인 후 그것들을 유인하여 봉인된 단지 속에 가둘 것이라고 한다. 이어 퇴마 의식이 시작되고, 싼티가 제자들과 함께 의식을 치르고 밍은 괴로운 듯 피를 흘리기 시작한다. 이어 머리에 쓰고 있던 천을 벗어내고 항아리에 악령을 토해내듯 피를 토해내는데, 그녀는 밍이 아니라 노이였다. 싼티는 항아리를 봉해 기도를 올리고, 항아리에 있는 악령이 튀어나오려는 듯 격렬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실 싼티의 계획은 이러했다. 밍에게 악령을 불러들이는 것이 너무 위험했기에 진짜 밍은 집에 가둬두고, 노이의 얼굴을 가려 밍인 것처럼 악령들을 속이는 것이었다.

밍은 방 안에 갇혀있었고, 그 집에는 마닛의 처와 아기 퐁, 싼티의 제자가 있었다. 밍은 제정신으로 돌아온 척 연기하며 문을 열어달라 요구한다. 마음이 약해진 외숙모는 밍에게 괜찮아진 거냐며 말을 걸고, 싼티는 제자에게 퇴마가 끝날 때까지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며 마닛의 처를 막아선다.

갑자기 방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마닛의 처는 급히 아기침대를 확인하고 퐁이 사라졌다고 소리친다. 촬영진의 눈엔 퐁은 여전히 아기침대에 얌전히 누워있지만 마닛의 처는 패닉 상태에 빠져 문을 열려고 한다. 밍이 문을 열기 위해 외숙모를 홀려낸 것이었다. 결국 마닛의 처가 문을 열게 되고, 거기에는 아기 목소리를 내며 웃고 있는 밍이 있었다.

 

한편 밍이 풀려나자마자 항아리의 움직임이 멈추고, 불이 꺼진다. 싼티의 제자 중 한 명이 다시 불을 켜자, 항아리를 들고 서 있는 싼티가 보인다. 싼티는 귀신에 씌인 듯 여러 가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다가 항아리를 들고 떨어져 죽고, 그렇게 퇴마는 실패로 돌아간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 앞에 퇴마 의식 중 피를 토하고 기절했던 노이가 갑자기 일어나 바얀 신이 함께 하는 것이 느껴진다며 자신이 퇴마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노이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식을 따라 하도록 하는데, 노이가 향을 거꾸로 꽂자 사람들이 하나 둘 죽기 시작한다. 노이가 거짓으로 사람들에게 퇴마 의식이 아니라 저주 의식을 따라 하게 했던 것이었다.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고 웃고 있던 노이의 앞에 밍이 나타나고, 노이는 딸을 보자 다시 정신을 차리는 듯한다.

 

"내 딸 돌려줘...... 제발 돌려달라고..."

 

노이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밍은 엄마에게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다. 노이의 비명과 함께 아싼티야라는 이름이 붙은 저주인형에 못이 박힌 것을 보여주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3. 해석, 리뷰

영화 <랑종>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영화를 보고 충격적인 장면들과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해석들을 찾아보았고, 그 결과 내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 밍의 할아버지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운영하던 방직공장에 불을 질렀고, 그 일로 많은 사람들과 주변 동식물까지 타 죽은 것으로 보인다. 폐공장에 무언가 의식을 치른 흔적들이 남아있었고, 야싼티야 가문을 저주한 인형이 발견되었으므로 이를 토대로 폐공장을 운영한 야싼티야 가문에 원한을 가진 사람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증조부 또한 일꾼들에 의해 돌에 맞아 죽었다고 하니 지은 죄가 많았던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야싼티야 가문의 남자들은 불행하게 사망하였고, 자녀인 밍에게도 그 원죄가 대물림된 것 같다. 아버지 가문뿐만 아니라 밍의 어머니 노이도 과거 바얀 신을 속여 동생 님에게 내리게 하고, 개고기 장사를 하며 살생을 하는 등 죄를 지었다. 그리고 밍 또한 신과 랑종을 믿지 않고, 친오빠인 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죄를 짓는다. 그렇게 부모님들의 죄를 이어받고 자신 스스로도 죄를 지은 밍이 악령들의 목표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밍의 안에 들어간 수많은 원혼들은 사망한 사람들의 영혼뿐만 아니라 동식물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러 원혼들이 섞여 들어간 밍은 아이같이 행동하다가도 음란한 여자처럼 변하기도 하고, 사나운 짐승같이 굴기도 한다. 밍의 안에 들어간 원혼들은 점차 밍을 망가뜨려가기 시작한다. 

 

- 마닛은 과거 폐공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결혼하여 아내와 아이가 있음에도 마닛은 술집에서 여자를 끼고 노는 등 부적절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혼에 빙의된 밍이 마닛에게 억지로 자신을 만지게 하며 "너 젊은 여자 좋아하잖아?"라며 소리를 치는데, 이때 밍의 안에 들어간 원혼은 마닛을 알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고, 과거 마닛에게 유린 당했던 여성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 노이는 시어머니의 가게를 물려받아 개고기 장사를 하고 있다. 노이의 개고기 장사로 인해 죽은 개의 원혼들이 밍의 안에 들어갔고, 밍은 개가 이갈이 하듯 이가 간지러워 손톱으로 심하게 긁다가 피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후반 퇴마 의식 중 악령들을 항아리에 담았지만 이내 항아리가 깨져 악령들이 밖으로 나오고, 개의 원혼들이 싼티의 제자들에게 빙의해 개처럼 네 발로 뛰어다니며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고 잡아먹는다.

 

- 님은 퇴마의식 하루 전 날에 자다가 사망하게 된다. 이를 태국어로 라이따이라고 하고, 사망한 님이 침대에 잘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엎어져있고 항상 깔끔하게 관리했을 터인 제단의 음식들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는 것을 보아 좋은 죽음이 아님은 분명하다. 님은 퇴마 의식 이전 살아있을 때 마지막 인터뷰에서 바얀 신에 대한 불신을 표현한다. 언니 노이가 바얀 신이 정말 존재하냐는 물음에 님은 보진 못했지만 함께 있음이 느껴진다고 했었으나, 바얀 신의 석상 목이 베인 이후 님은 "바얀 신이 내 몸에 있다는 것을 한 번도 확신한 적이 없었다."  고백하며 눈물을 흘린다. 님이 사망한 이유에 대해 두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1) 님이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자 분노한 바얀이 님을 벌했다. 2) 님의 믿음이 약해지자 바얀이 힘을 잃었고, 밍의 악령들이 퇴마의식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님을 미리 해친 것이다. 만약 바얀이 님을 벌한 것이라면 님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아주 잔혹하게 사망한 것에 비해 님은 비교적 자다가 평온하게 사망했기에 이게 오랜기간 자신을 모셔온 님에 대한 바얀의 마지막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

님이 오랜 기간 바얀을 모셨음에도 바얀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밍에게 수많은 원혼들이 씌고, 그 원혼들은 자신의 사악한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낸다. 하지만 그에 비해 바얀은 님의 절실한 기도에도 좀처럼 응답해 주지 않는다. 평생을 바얀을 위해 살아왔지만 정작 가장 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지 않는 바얀과 하루가 다르게 강력해지는 원혼의 힘을 비교되어 님이 바얀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 밍의 꿈에 나왔던 빨간 옷을 입고 커다란 칼날을 핥고 있는 것은 밍의 안에 있는 원혼 중 가장 강력한 원혼이고, 바닥에 목이 잘린 채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은 바얀 신을 의미하는 것 같다. 목이 잘린 사람, 즉 바얀이 밍에게 계속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신을 믿지 않고 의심하던 밍은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 마닛의 자동차는 빨간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빨간색이다."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것은 싼티가 계획한 퇴마의식의 핵심을 보여주는 문구라고 볼 수 있다. 싼티는 반드시 님과 함께 퇴마 의식을 치러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님이 사망하였고 퇴마의식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았다. 이때 노이가 밍만 구할 수 있다면 자신은 죽어도 상관이 없다고 하고, 싼티는 밍은 가두어 놓고 노이의 얼굴에 두건을 씌워 귀신들로 하여금 노이를 밍이라고 생각하도록 속이려 한다. 과거 노이는 바얀 신을 속여 자신 대신 동생 님에게 바얀이 내리게 하였으며, 이번에도 원혼들을 속이려 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원혼들이 노이의 안에 들어왔고, 노이는 그 원혼들을 항아리에 토해냈다. 하지만 싼티와 노이가 원혼들을 속일 때 밍 또한 아기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외숙모를 속였고, 결국 외숙모가 밍의 문을 열어주며 퇴마의식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근데 내 생각엔 퇴마의식은 어차피 실패할 운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이를 밍이라고 착각한 많은 원혼들이 노이에게 들어갔지만 가장 강하고 악한 원혼은 여전히 밍의 안에 남아있었고, 그것이 아기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외숙모를 꾀어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이 밍의 꿈속에 나왔던 빨간 옷을 입고 커다란 칼날을 들고 있는 남자였을 것이며, 믿음이 약한 싼티가 그것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을 것 같다. 님이 조카 밍을 구하기 위해 퇴마사 싼티를 찾아가긴 했지만 싼티는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과장되고 거짓된 종교의식 등을 행사하던 사람이었기에 신이 싼티에게 충분한 힘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 같다.

 

- 마지막에 노이가 자기에게 깃든 바얀 신이 느껴진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 그것은 바얀 신인 척하는, 혹은 노이가 바얀 신으로 착각할 만한 악령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마 노이의 안에 들어간 것은 밍의 할아버지, 즉 보험금을 위해 방직공장에 방화를 일으켰던 노이의 시아버지였을 것이고, 바얀 신 또한 조상신이기에 바얀 신과 시아버지의 혼을 노이가 착각한 것 같다. 생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죽였듯이 노이의 안에 들어간 시아버지의 악령은 향을 거꾸로 꽂아 또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 이때 밍이 나타나 노이를 불태워 죽이는데, 밍의 안에 들어간 원혼들은 방직공장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이었을 것이고 그 피해자들의 원혼이 자신들이 죽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노이의 안에 들어있는 가해자의 원혼을 죽이며 복수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랑종>에 대한 후기는 정말 극과 극인 것 같다. 무섭기도 하지만 밍이 빙의되어 저지르는 악행들이 역겹고 불쾌해서 보기 힘들다는 평이 많다. 공포영화로서 자극적인 요소를 넣었어야 했던 것은 이해하지만 나 또한 보며 힘들었던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점들을 제외한다면 영화를 관람하며 직접 찾아낼 숨은 요소와 의미들이 많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이건 이거야-라며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영화라 모호하고 불친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스스로 해석하며 다른 관람평들과 비교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것도 나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리얼하다. 님을 연기한 싸와니 우툼마 배우는 정말 랑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배역과 잘 어울렸다. 그리고 밍 역할을 맡은 나릴야 군몽콘캣 배우가 연기도 잘하고 너무너무 예쁘다. <랑종>이 나릴야 배우의 첫 데뷔작이라는데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끝.